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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추억

소불 笑佛 2016. 2. 23. 01:06

 

 

 

 

 

 

정월 대보름 추억

 

 대보름 아침에는 누가 불러도 대답을 하면 안 되었다.

대답하면 내 더위 사라하면서 더위를 팔았다.

그래서 누가 부르면 대답대신 내 더위 사라하고 먼저 더위를 팔아야 했다.

 

 할머니는 설날에 먹던 쑥떡 취떡 등 절편을

곳간에 쥐가 덤비지 않도록  잘 얼려서 보관 했다가

대보름 아침에는 어김없이 화롯불에 구워서 내시곤 했다.

그걸 먹어야 일 년 내내 무병하고 힘쓴다고 들려주셨다.

 

 좋은 말만 들으라고 귀밝이 술도 한잔씩 주셨다.

약밥과, 구운 설날 떡과, 묵나물 등을 먹고 나면,

일꾼아저씨는 먼 산에 가서 마른 나무를 한 짐 해오곤 했었다.

 

그리고 식구나 다름없는 소에게 보름날 아침에 약밥과 묵나물을 나란히 담아서 먹인다.

소가 밥을 먼저 먹으면 금년 논농사가 풍년지고,

묵나물을 먼저 먹으면 밭농사가 풍년 지는 것으로 알았다.

 

대보름 저녁은 세 가지 행사가 있었다.

 

 먼저 달맞이 깡통 불 돌리기인데

나중에 그것이 쥐불놀이라는 명칭을 알게 되었다.

낮에 깡통에다 돌아가며 큼직한 구멍을 여러개 뚫고

불에 타지 않는 철사 끈을 달아 불놀이 통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가

해질녘에 동네 아이들이 태장봉으로 몰려 올라간다.

태장봉 정상부근 작은 굴 앞에 모여서 깡통에 불 피우는 준비를 마무리하고,

동해바다에 보름달이 떠오르면 달맞이 깡통 불을 빙빙 돌리면서 소리 지르고 놀았다.

 

 다음은 초저녁 어스름 녁에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양쪽 길목  흙 담장 앞에 귀신불을 놓는다.

이 불은 일 년 동안 우리 집에

모든 악귀와 잡병이 들지 못하게 하는 예방적 차원의 행사다.

그러므로 되도록 요란하게 불을 놓아서

귀신에게 널리 알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솔가리와(마른솔잎) 짚단을 한두 단 길 양쪽으로 놓고 불을 놓는데

그 위에 생 대나무를 구해다가 50센티 정도로 잘라서 올린다.

그러면 그 대나무가 빵빵 소리를 내면서 타는데

불꽃과 연기와 소리로 잡귀를 쫓아버리는 효

과를 기대하고 귀신불을 놓았던 것이다.

 

 그다음 밤이 어두워지면

동네 아이들은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마을 가운데로 모인다.

누군가는 커다란 함지박도 갖고 나온다.

형들의 진로에 따라서 동네 이집 저집 다니면서 각설이 흉내를 내고,

오곡밥 약밥을 한 그릇씩 얻어 모은다.

어느 정도 모이면 통상 어른이 계시지 않는 집으로 가서,

그 밥을 품평하면서 나누어 먹었다.

 

희미한 등잔불 아래 갈색 밥, 허연 밥 등이

뭉글뭉글 함지박에 담겨있는 채로 둘러앉아 먹으며

즐거운 보름 저녁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