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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을 맞아

소불 笑佛 2013. 11. 8. 00:25

24절기와 입동(立冬)

절기는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의 절기로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24절기는 농사를 기본으로 하는 농경사회에서 필수적인 태양력이지

결코 달을 기준으로 삼는 태음력이 아닙니다. 태음력은 어민들에게 필수지요.

24절기는

입춘(立春),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

입하(立夏),소만(小滿), 망종(芒種), 하지(夏至), 소서(小暑), 대서(大暑),

입추(立秋),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상강(霜降),

입동(立冬),소설(小雪),대설(大雪),동지(冬至),소한(小寒),대한(大寒)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입동은 24절기 중 19번째 절기로 보통 입동은 양력으로는 117일과 8일 전후에 오는데요.

설 입()과 겨울 동()이란 한자가 만난 입동의 뜻은 '겨울이 시작 된다'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입동을 특별한 명절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겨울에 들어서는 것으로 겨울 채비를 하기 시작하는 날로 여기는데요.입동 즈음에는 동물들도 땅속에 굴을 파고 숨어 겨울나기를 준비하며,

산과 들의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도 말라갑니다.

그래서 입동은 단순히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기보다는 기나긴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을 일깨워주데 더 큰 의미가 할 수 있겠습니다.

입동을 전후하여 김장을 담그기도 하는데요.

김장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입동 전후 1주일에 김장을 담아야 맛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입동 당일 날은 김장을 담그지 말라고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시는데요. 그 이유는 입동날 김장을 하게 되면 겨울을 맞을 준비가 다 되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겨울이 앞당겨지고 그만큼

추위가 빨리 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입동의 미풍 양속을 잠간 살펴보면

'치계미'

예전 입동에는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있었는데요.

여러 지역의 향약(조선 시대에, 권선징악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만든 향촌의 자치 규약)

전하는 바로는 계절별로 마을에서 양로잔치를 벌였는데,

특히 입동, 동지, 제석(섣달그믐날-12월의 마지막날)에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을 치계미라 합니다.

본래 치계미란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했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유래한 풍속인 듯합니다.

마을에서 아무리 경제적인 살림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해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돈이나 곡식을 냈다고 하니 오늘 우리들의 마음에도 그 따스함이 흐르고 있는지 들여다볼

일입니다.

 

대표적인 입동 음식 '도랑탕'

입동 무렵에는 미꾸라지들도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마을 어르신들께 대접하는 것을 '도랑탕 잔치'라고 했는데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음력으로 한해의 첫 달)까지의 풍속으로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조선 시대에 나이가 많은 문신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겨울철 궁중의 양로(養老-노인을 위로하여 안락하게 지내도록 받듦) 풍속이 민간에서도 행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입동에 점치는 풍속 '입동보기'

입동을 즈음하여 점치는 풍속이 여러 지역에 전해오는데요.

이를 입동보기라고 합니다. 충청도 지역에서는 속담으로 '입동 전 가위보리'라는 말이

전해오는데요. 입동 전에 보리의 잎이 가위처럼 두 개가 나야 그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신

(민간에서 행하는 미신적인 신앙 관습)이 믿어지고 있습니다.

또 경남의 여러 지역에서는 입동에 갈까마귀가 날아온다고 하는데,

특히 경남 밀양 지역에서는 갈까마귀의 흰 배 바닥이 보이면 이듬해 목화 농사가 잘될 것이라고

점을 쳤다고 합니다.

 

이러한 농사 점과 더불어 입동에는 날씨 점을 치기도 했는데요.

제주도 지역에서는 입동 날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겨울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여겼고,

전남 지역에서는 입동 때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추위를 가늠하기도 했답니다.

대개 전국적으로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믿었답니다.